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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ay펀드 개발로그 · 1화

X-ray펀드 첫 열흘: 픽셀 오피스에 직원을 앉히고 수집 에이전트를 붙였다

기업을 구조로 이해하는 분석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첫 열흘 동안 픽셀 오피스에 직원을 앉히고, 공시와 시장 데이터를 모으는 수집 에이전트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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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ay펀드는 기업을 구조로 이해하기 위한 AI 분석 조직이다. 지표 몇 개를 늘어놓는 대신, 한 회사가 왜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를 돈의 흐름과 연결과 병목으로 따라가고 싶었다. 이 연재는 그 조직을 만든 넉 달의 기록이다.

투시하듯 읽는다

처음부터 붙든 공식이 하나 있다.

기업 = 돈의 흐름 × 연결 구조 × 병목 위치 × 시간 국면 × 시장 서사 × 리스크 근거

여섯 항은 나란히 있는 게 아니라 순서가 있다. 의사가 엑스레이를 읽듯 뼈대를 먼저 보고, 그 위에 혈관을 얹고, 그다음 막힌 곳을 찾는다. 재무가 뼈대, 기업 간 연결이 혈관, 병목이 막힌 곳이다. 그 위에 시장 서사와 리스크가 해석으로 얹히고, 시간 축이 지금 어느 국면인지를 판정한다. 이름이 X-ray가 된 이유다.

병목 분석의 품질 기준은 따로 쓰고 있던 책 원고 『산업의 병목』에서 가져왔다. 산업마다 병목이 되는 지점을 64개 노드로 정리한 원고다. 사람이 책으로 하던 분석을 AI 조직으로 넓혀 보려는 시도였다.

사무실부터 만들었다

첫 커밋은 6월 1일, 픽셀 오피스였다. 데스크톱 앱 안에 가상의 분석 회사를 차리고, 부서마다 책상을 놓고 직원을 앉혔다. 대표와 비서실장을 두고, 직원마다 이름과 얼굴과 역할을 붙였다. 조직도는 대표실에서 정보본부, 원시정보창고, 자료조사실, 분석본부, 근거감사실, 시각화 스튜디오로 이어진다. 자료가 들어와서 분석과 감사를 거쳐 보고서가 되기까지의 흐름을 그대로 부서로 옮긴 것이다.

직원은 에이전트다. 모든 직원은 일이 끝나면 같은 다섯 가지를 남기게 했다. 결과물, 보고서, 근거, 모르는 것,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메모다. 특히 “모르는 것”을 따로 적게 한 것이 이후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정했다.

수집 에이전트 여섯

사흘째부터 자료를 가져오는 직원을 채용했다. SEC 공시 원문을 가져와 파싱하는 직원, 주가와 거래량 같은 시장 데이터를 가져오는 직원, 외부 금융 데이터 API 몇 곳을 맡는 직원, 미국 연준 경제 데이터로 거시 환경을 보는 직원이 차례로 붙었다. 각 수집기는 파이썬 스크립트이고, 웹 대시보드에서 티커를 넣으면 비동기 작업으로 돌면서 상태를 주기적으로 알려 준다.

넷째 날에는 데스크톱 실행기 이름을 X-ray로 바꾸고, 프로젝트별 보고서를 게시판 글처럼 보여 주는 화면을 만들었다. 닷새째에는 모인 자료를 내부 분류 파이프라인에 넘겨 대시보드에 분류 결과를 띄웠다. 6월 11일에 런타임을 다지고 비동기 실행 추적을 붙였다. 그게 한동안 마지막 커밋이 됐다.

앱은 공장, 웹은 게시판

구조는 세 층이다. 결과를 보여 주는 웹은 Next.js, 조직을 운영하는 콘솔은 Electron 데스크톱 앱, 실제 수집과 분석은 파이썬으로 짠 여러 에이전트가 맡는다. 데이터베이스나 메시지 큐 없이, 실행마다 폴더를 만들고 상태를 JSON 파일로 주고받는다.

원칙도 세 가지를 적어 뒀다. 앱과 웹은 다른 시스템이다. 앱은 분석 공장이고 웹은 그 산출물의 일부만 게시한다. 웹의 가치는 시각화다. 숫자를 나열하지 않고, 남들이 못 보는 방식으로 구조를 보여 준다. 그리고 모든 사실에는 등급을 붙인다. 공식 출처의 사실, 공개된 주장, 합리적 추론, 미확인, 근거 불충분. 의혹을 사실처럼 쓰지 않는다는 규칙은 이때 적었다.

배운 것

사무실과 직원을 먼저 만든 덕에, 분석이 어떤 순서로 흘러야 하는지 한눈에 보였다. 부서 이름을 붙이는 순간 역할과 경계가 생겼고, 누가 무엇을 넘겨받는지가 분명해졌다. 하지만 사무실을 꾸미는 일은 재미있었고, 그만큼 빨리 진척처럼 느껴졌다. 그 느낌이 다음 달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가 2화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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